Friday, December 22, 2017

Year End 2017

1.
아홉수, 삼재, 뭐 아무 것도 없었고 서른 되는 거? 우습다고 생각하다 10, 11월에 엉망진창이 됐다. 너무 힘들어서 이때만큼 힘들었던 때는 아마 다신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삶은 또 어떻게 될 지 이제 모르니 이것보다 더 힘들면 하..)

마치 5월 우승하고 모든 걸 씹어먹을 것 같았지만 이빨 몇 개가 나가버린 (코스타!) 첼시마냥. 그래도 첼시는 우승이라도 했는데 나는 뭐...........하

작년의 마무리는 '그래도 모든 것에 감사하고,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였는데 지금은 다 필요없고 제발 지나가라. This too shall pass 이 마음으로 버틴다.

내 의지대로 흘러간 게 없어서 그런지 올해는 내가 뭔데? 나 자신의 한계를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내려놓다 한 해가 끝났다.


2.
영화는 많이 봤는데 기억에 남는 한국 영화는 정말 없다. 매년 하는 말인데 올해는 더 심각할 정도.

한국 다양성 영화는 많이 안 봤고, 상업 영화는 일하면서 다 챙겨봤다. 택시운전사만큼이나 남한산성이 좋았다.

재개봉 열풍에 맞춰서 오래된 영화를 많이 봤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그 자체도 좋았지만, 지금 말고 저 시기에 태어났더라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다시 태어나면 역시 1990년대 미국의 뉴욕이나 버블 시대 일본 도쿄가 최고다. 영화에 쓰인 돈이나 저렇게 하찮은 데까지 신경 쓰면서 사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다양하게 여유롭다.


3.
홍콩 두 번, 싱가포르 한 번, 그리고 타이페이를 다녀왔다. 아시아에만 머무르니 아쉽다. 특히 4년 만에 파리를 안 가고 한 해를 보냈다. 보고 싶은 전시가 많았는데, 5월에 그냥 다녀올 걸 그랬나.


4.
Sum (기억에 남는 것들만)


렌즈와 안경 (시력이 점점 다 안 좋아지고, 전시회 가서 그림 라인이 뿌옇게 보이거나 영화 화면 색감이 잘 안 보이는 게 느껴져서 바로 했다. 렌즈를 끼고 나니까 세상이 밝고 눈부시다. 진작 쓸 걸)
아이폰 (넥서스 세 대 쓸 정도로 안빠로 살다가 드디어 사과를 들었다. 삶의 질을 올리다가도 떨어뜨리는 이상한 기계다. 아직도 작동법은 잘 모르겠는데 아이드랍이랑 애플뮤직이 좋아서 70퍼센트 정도 만족 중. 돈까지 내고 쓰는 아이클라우드 접속법을 아직도 모른다)
체지방 감량 (몸무게는 그대론데 근력 운동을 좀 챙겼더니 체지방이 22-3 정도로 맞춰졌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은 좋은데 조금만 과식하거나 운동을 빼 먹으면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더 예민해진 느낌. 수치는 낮은데 복부에만 몰려서 똔똔인가 싶기도 하다.)
타투 (좋아하는 영화랑 인생의 교훈을 새겼다. 라고 심각하게 말하지만 목 뒤에 해서 벌써 했다는 걸 까먹는다. 안 아픈 건 아니고 아픈데 또 하고 나니까 또 할 수 있을 정도의 아픔이니 그렇게 안 아픈건가? 근데 컬러넣고 크게 하면 비교할 수 없다고 하니 고민이다. 예약상담은 하나 더 받고 있는데 과연 내년에 어떻게 될지)

여행
9월 타이페이 (인생의 행복이 이건가 싶었음 18일 맥주가 htc보다 위대하다)
10월 홍콩 (이때 카오룽베이에서 물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지금은 카드값 할부가 나를 힘들게 한다.)


힐빌리의 노래 (통계 지표로 객관화되지 않는 삶)
냉정한 이타주의자 (감성보단 효율을 생각하고 일할 것)
The Road to Wigan Pier (차분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도덕적 우월감에 빠지지 않는 자세)

영화
Paterson (권태에 빠진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법)
End of Summer (기쿠지로의 여름을 좀 더 귀엽게. 중국식 Coming of age?)
A Brighter Summer Day (처음은 위험하다. 비정성시보다 훨씬 더 좋았다.)
Ann Hui (홍콩을 중심으로 찍은 영화들은 다 좋다. 보통사람의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하는 게 더 좋은데 Our Times는 좀 실망했다. 물론 여기서도 나온 주인공들이 쑨옛산이나 아니면 창카이섹같은 거대한 영웅은 아니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국가주의는 불편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홍상수 영화는 '너무 좋다')

기타
Cold Brew (올 여름 맥주보다 많이 마셨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희석해서 물드와인보다 많이 마시고 있다. 텁텁하지 않아서 자꾸 넘어가다 보니 카페인 쇼크도 가끔 오는 게 함정)
bar Tilt (같은 곳 자주 안 가는데 하반기에 네 번 넘게 갔다. 단 칵테일 마시면서 쓰디 쓴 인생도 견뎌봐야지)
Runday (뛰는 걸 재밌게 규칙적으로 만들어줬다. 부산 출장에서도 했고, 홍콩 가서도 행오버에 죽어가면서도 뛰었다. 빨리 날이 좀 풀려서 밖에서 다시 뛰고 싶다.)
요가 (발레보다 조금 더 잘 맞는다. 발레는 리듬을 타야 하는데 이건 내 호흡에 맞추면 돼서 내 컨디션을 확인하는데도 좋다)
Coldplay Seoul (영상으로 볼 때는 크리스 마틴 저거 왜 저렇게 모지리처럼 흐느적대?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내가 노래 따라 부르면서 그러고 있더라)
apple Music (멜론이나 지니 같은데 없는 해외 음반이 많아서 좋다. 음질도 좋다.)
Netflix (잠은 안 오고 남들은 다 자는 시간에 혼자 우울해지려는 찰나 유일한 친구, 다음달에는 프리미엄으로 업그레이드 할 예정)
하프마라톤 (화장실만 안 갔어도 2시간 10분 끊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내년에는 하프, 풀타임 둘 다 도전할 거다.)


5.
올해 알게 된 내 취향과 호불호, 나를 힘들게 하는 것과 나를 기쁘게 하는 것
(+)
재개봉에서 발견한 좋은 영화, 영화제에서 본 좋은 영화와 gv
맛있는 싱글 드립 커피 (산미는 적게)
여름밤
쨍하고 더운 날씨 (타이페이 갔을 때 날씨가 제일 좋았다)
긴 소매 블라우스와 무릎보다 살짝 짧은 쇼츠
나이키 운동화 (이제 컨버스 신으면 좀 힘들다)
딥그린
코코넛, 바닐라향 바디로션

(-)
추운 날씨
겨울밤
(온도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피부 알러지
두피염
(힙하고 다 아는 것처럼 써 놓은) 재미없는 칼럼들
배부른 느낌
쓸데없이 보내야 하는 이메일 재촉
er과 ize로 가득찬 번역들
물향나는 향수들 (조 말론)


6.
내년부터 쓸 다른 개인 계정을 만드느라 좋아하는 장르에 대해 설명하려고 정리하다 보니

우디 앨런, 기타노 다케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Frat Pack
조지 오웰, 다자이 오사무, 김훈, 어니스트 헤밍웨이, 루쉰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헨리 마티스, 폴 고갱, 파울 클레,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진하고 선명한 걸 좋아하고 젠 체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그리고 영화는 1990년대 영화가 제일 좋다. 공터에서가 그렇게 난리가 났어도 나는 여전히 김훈이 좋다.


7.
내년에는 큰 욕심이 없다. 그냥 지금 준비하는 것만 잘 정리되면 좋겠고, 따뜻한 나라에서 더 많이 머무르고 싶다. 전시를 좀 더 많이 볼 수 있게 여행을 많이 갈 계획이고 나이키 하프랑 풀타임 한 번 뛰는 게 목표.

올해 남은 일주일은 아무런 사고 없이 조심조심 잘 넘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