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올 한해도 52분만 지나면 한 달만을 남겨놓게 된다.
여름에 걱정하던 "가을에 바빴으나 겨울엔 다시 추워지는" 상황이 거의 92% 확정인 지금, 남은 31.2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뭔가를 쥐어짜는 중이다.
그간의 상황을 짧게 요약하면 8월에 갑자기 뜬금없이 면접을 보고(떨어진 줄 알았는데 이틀 전에 붙은 걸 알았다...) 바로 10시간 후에 싱가폴 출장을 갔다. 9월에는 자소서-시험-자소서-시험의 반복이었다. 10월의 꽃, 부산출장때는 영화도 좀 보고 회사 사람들도 만나고...클라이언트랑도 이제 두 번째 인사도 했으나 정작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와 배우는 구경도 못하고 (이건 어째 매년 반복) 돌아오자마자 다시 시험을 보고 며칠간 실무평가, 그리고 최종면접도 보고 그 결과로 멘탈을 아주 잘게 빻았다. "ㅋㅋㅋㅠ"으로 요약되려나.
그때 만난 사람들이랑은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고 그때 마음고생을 하면서 정말 처음으로 '밥도 안넘어가고 잠도 안오고, 술도 못마실 정도로' 멘탈이 바스라지는 꽤 괜찮은 경험도 했다. 사실 되게 의욕적으로 뭔가에 눈에 불켜고 으쌰으쌰하게 덤비는 타입은 아니라 이번에도 덤덤하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속으론 꽤 속상했는지 아직도 그 회사 건물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덕분에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제일 치열하게 고민한 한 달이었던 것도 같다. 사실 자소서를 쓰면서 대충 '요식행위'처럼 그냥 그 회사에 맞는 말을 쓰려고 했는데, 그러다보니 자소서의 나와 진짜 내가 분리되는 그런 상황까지 겪어봤다. 나는 엄청 재밌게 살고 싶은 사람인데 되도 않는 가오를 잡고, 뭔가 거창한 그림을 그리려고 객기를 부렸더니 나중에는 그 밑바닥이 다 보이는 그런.....?
인생이 재미없어진 순간은 내가 대충대충 힘을 빼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위태롭게 하루를 전쟁처럼 살더라도 치열하게 재밌던(이라고 하지만 눈물콧물 다 쏙 빼놓을 정도로 힘들던도 포함) 그 때가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