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준비한다고 집에 안온 (우리집의 유일한 학생) 막내를 빼고 가족끼리 청산도에 갔다. 사실 청산도 가는 길이 세월호 사고지와 그닥 멀지 않은 곳이라 이 시기에 거길 가는 게 좋은 일일까 그런 생각도 많았고 2박 3일 걷기만 할 생각을 하니 아득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숙소가 1박밖에 되지 않았고 1박만 하고 일요일은 집에서 일을 한다는 가벼운 계획 아래 남도에 갔다.
차를 타고 가는 건 이상하게 힘들다. 남이 몰아주는 차를 타는데도 (아빠 미안... 장롱면허만 8년차) 속이 미슥거리고 얼굴에 열꽃이 핀다.
해남까지 가는 길은 아침에 맥모닝을 사고 다시 집에 들러 빠진 짐을 챙겨갔는데도 불구하고 5시간? 정도가 걸렸다. 아빠가 자랑하던 떡갈비를 먹고 다시 서둘러 완도 항으로 갔는데 배까지 앞시간으로 당길 수 있었다.
예전에 채현이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여기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갔다는 얘기를 몇 번 들으면서, 그 때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배를 탔는데 마찬가지였다. 그 참사 이후로 배에 대한 무서움이 커졌는지 가방은 단단히 싸고, 주머니에 신분증은 군번줄처럼 빠지지 않게 단단히 넣어놨다.
청산도는 작은 섬이었고 제주도랑 비슷하지만 더 작았다. 유채꽃이 가득했고, 내가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인 서편제의 배경이기도 해서 섬 곳곳이 서편제 관련 어트랙션이 많았다. 기억조차 안나는 봄의 왈츠? 라는 드라마를 찍었다고도 하고 분명히 들어는 봤는데 본 기억이 없는 드라마, TV의 로케이션 촬영지였다고...
결론은 잘 다녀온 것 같다. 오랜만에 깨끗한 바다를 볼 수 있었고, 숙소에서는 별도 보였다. 제주도가 외가이지만 유채꽃은 한 번 본적 없던 내가 원없이 유채꽃을 볼 수 있었고 밤에는 엄마, 아빠의 걱정어린 몇 마디를 (mostly about marriage.....) 들으며 '아....'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도돌이표 수백 번을 그렸다. 엄마아빠는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살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음 그럼 나 유럽 잠깐 다녀올게" 이 말이 계속 맴돌았는데 나도 염치가 있는지라 목울대가 막혀오도록 꾹꾹 참았다.
여행이 필요한 시기였는데, 내가 바라던 형태는 아니었지만(I love CITY!), 잘 쉬고 왔다.
그런데, 모듬회 딱 한 점 먹은 나만 또! 또! 장염에 걸려서 일하려던 일요일을 다 날린 건 안 자랑..... 피부 알러지는 기본 옵션으로 달고 왔다. 다녀와서 흰죽에 섬에서 사온 느릅나무 껍질을 차로 끓여마시면 위와 장, 염증에 좋다고 해서 지금 그것만 마시고 있는데.... 왜 나만...? 캄보디아 다녀왔을 때도 노로 바이러스에는 나만 직쌀나게 걸렸는데, 정말 당분간 여행은 접어야하나.